많은 지자체들이 도시의 명물을 만들고, 캐릭터를 만들고, 축제를 만들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발표를 한다. 그러면 다른 도시의 주민들과 언론들이 비난을 하고, 의문을 제시하며 견제를 한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영암에서 개최된 F1 경기가 아닐까 한다. 왜 개최지가 지방의 영암이냐, 준비가 제대로 안되었으니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것이라는 여론이 많았었다.

  ‘계획’이라는 단어는 그 대상이 개인이던, 지자체던, 국가던 자본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터넷상의 표현을 빌자면 ‘계획이라 쓰고 예산달라는 투정으로 읽는다.’ 정도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계획 = 예산’ 이라는 공식은 확연하게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이 세우는 여행 계획은 여행에서 어떻게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게 자본을 쓰느냐에 대한 것이다. 심지어 단순하게 살자는 강연을 듣고 먼저 든 생각이 ‘단순하게 살려면 뭘 사고 준비 해야지?’ 라는 의문이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이다.

  Q라는 신도시는 계획도시이다. 유명해지기 위해 안달 난 돈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대거 포진되어있다. 그들은 원대한 계획을 위해 그에게 Q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써달라고 한다. 그들의 논리는 그럴듯하다. “예술은 정치보다 수명이 길죠. 몇 세기를 건너 뛸 수 있는 힘은 예술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그들은 그의 소설을 드라마와 뮤지컬, 영화로 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시대에 가장 효율적인 컨텐츠 활용방식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One Source Multi Use 라는 방식은 그의 소설에도 적용된다. 소설을 쓰게 된 그는 개발로 인해 올라간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이리저리 이사를 다닌 가난한 예술가이다. 바꿔 말하면 그는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부수적인 피해자다. 그런 그가 개발의 근간이 될 계획의 핵심에 섰다. 글을 읽으며 나는 그에게 복수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라면 말도 안되게 엉망인 글을 쓰고 돈을 받은 뒤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많은 Q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자신의 소설이 아닌 Q들의 소설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한다. 되지 않을 이 일을 위해 쉽게 붙이고 땔 수 있는 간편한 포스트잇까지 동원하지만 많은 사공들로부터 나오는 요구들은 그의 변비처럼 글로 생산되지 못하고 쌓이기만 한다. 마감은 다가오고, 변비는 점점 더 심해지고, 호의처럼 보이는 관심과 감시는 여전하다. 그나마 그와 그의 뒤에 있는 자본에 아부 하지 않고 그에게 유일하게 작은 실마리를 느끼게 해줬던 코치 조차 불쾌감만을 표현할 뿐이다. 수습불능의 상황, 해결책은? 모든 것이 계획으로 이뤄진 Q의 미완성으로 도망가는 것이다. 이로써 그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Q들을 속된말로 엿 먹이고 튄 것과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 소설의 마지막 ‘CCTV가 모르는 척, 끔벅, 눈을 감았다 뜬다.’ 라는 대목에서는 조금 통쾌하기 까지 했다. 자본이 투입된 도시의 상징이 바로 CCTV로 대표되는 감시체계인데 그것은 그저 완성된 부분만을 보기만 할 뿐 어떠한 행동도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그의 도주는 그가 자본의 약점을 조롱하며 나름의 복수를 완성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으며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Q에 살고 있는 모든 Q들이 환장하는 것처럼, 돈 좀 된다 싶으면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우르르 쏟아져 가는 자본들의 흐름을 소개하는 뉴스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 글을 보면서 이러한 자본의 흐름은 사람들을 쉽게 현혹시키고 무지막지하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자본으로 만들어진 명물을 만들면 도시가 유명해지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개 산책은 Q의 명물 중 하나이다. 개들과 개들을 훈련시키는 코치들을 고용하고 산책로들을 만드는데 많은 돈이 들었다. 이러한 자본들은 자신들의 계획이 어긋나는 것을 혐오한다. 산책 중에 개가 실수를 하자 적합하지 않은 개들을 묻어버린다. 그리고 그 무덤 위에 새로운 Q의 상징인 해바라기 밭이 들어선다. 자본은 이제 Q의 상징 만들기로 몰려든다. 해바라기 모양의 경기장은 돈을 퍼붓는 Q들의 정열만이 폭발하기 직전의 부항을 뜬 것 과 같은 모습일 뿐이다.

  또 그가 P에서 Q로 집세 때문에 이사하는 것을 보고 요즘 사람들이 자주 찾는 삼청동과 뜨고 있다는 부암동이 떠올랐다. 대학로와 홍대 근처에 머물던 예술가들이 오르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서 이사를 한곳이 삼청동이었는데, 이곳의 집값이 오르자 이사를 간 곳이 부암동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부암동 다음으로 이 예술가들이 이사할 곳이 어딜까? 거기에 집이라도 있으면 돈 벌겠다는 지극히 Q스러운 생각을 했던 것도 기억이 났다.

  글을 마무리 지을 무렵 이화마을의 날개벽화와 관련된 뉴스를 들었다. 1박2일의 이승기군과 같이 등장해 명물이 된 동시에 주변 주민들에게 민폐가 되어버린 벽화를 작가인 김주희 씨가 지워버렸다는 것이다. 방송을 통해 명물이 된 벽화는 인기를 견디지 못하고 창작자에 의해 지워졌다. Q라는 도시를 명물로 만들 것을 기대 받은 그의 소설이 그를 Q에서 지워버렸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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